가을의 전설로 여행을 떠난다

은빛 억새물결 출렁이고
늘씬한 노루가 넘나들며
가을의 전설로 여행을 떠난다

저물어 가던 여름이 기어코 끝자락을 놓지 않는다. 도시는 아직도 여름을 붙들고 있다.
하지만 들녘에는 이제 가을이 깃들기 시작했다. 단풍이나 억새는 아직 때가 이르지만 한라산 아래 광활한 초원에는 초록빛이 물결치고 있다.

동부관광도로를 지나다보면 한라산과 잘 어울리게 조성된 목장을 만나게 된다. 한국마사회가 경주마생산 전진기지로 조성한 제주경주마육성목장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후박나무가 감싸고 있는 목장 정문을 들어서자 싱그런 가을 향기가 방문객을 맞는다.

정문을 지나 드넓게 펼쳐지는 초원은 한눈에 담기지 않을만큼 규모가 대단하다. 65만평의 부지에 초원이 30만여 평이다.
본관에 이르자 건물 옆에 하늘과 키재기를 하듯 쭉쭉 뻗어 있는 30여 그루의 팽나무가 터널처럼 조성돼 있다. 나무터널을 지나자 1만평이 넘는 드넓은 야외정원이 쫙 펼쳐진다.

방문객들을 위해 조성된 놀이공원이다.
마사회 CI인 말머리 모양의 큰 연못(약 700평)에는 직경 6m나 되는 제주도내 최대 규모의 물레방아와 분수대가 시설돼 방문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연못 주변에 설치된 넓은 파고라는 기분좋은 낮잠을 유혹하고, 300여 m에 이르는 산책로를 걷다보면 가을 추억을 이야기하는 다정한 연인들의 영상이 그려진다.

후박나무, 참식나무, 자귀나무 등의 수목이 심어진 잔디광장은 야외결혼식 장소로 애용된다.
유일하게 꽃이 핀 베롱나무의 분홍꽃이 푸른 초원 속에서 웨딩마치를 울릴 가을 신부의 탄생을 예고하는 듯하다.

유럽의 목가적인 풍경을 그리며 지프 차량을 타고 초원으로 향했다. 초지 주변의 길은 비포장이다.
차창 밖을 향하던 눈길이 초원을 감싸고 있는 울타리에 머문다. 순백색이다. 초록 벌판과 하얀 울타리의 조화가 이렇게 절묘할 수 있을까.

울타리가 쳐진 방목초지마다 쭉 빠진 근육질의 씨수말(종마)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외국 경마장에서 이름깨나 날렸던 이 씨수말들은 수입가가 평균 5억~6억원대에 이르고 최고 12억원을 호가하는 말도 있다.

그러니 ‘귀한 대접’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한 마리가 2000여 평의 넘는 초지를 독차지하고 음수도 지하 450m에서 끌어올린 맑은 물 지하수다. 말이 묵는 마사도 우레탄 바닥에 천연목재 벽면, 자동음수기를 갖춘 ‘특급호텔급’이다.

3월에서 7월 초 사이인 교배 시즌에는 발정한 씨암말과 짝을 이뤄 우수 경주마를 생산해내는 게 임무다.
교배 장면은 일반에 공개돼 이색 볼거리를 제공한다. 50석의 관람석을 갖춘 교배 관람대도 있다. 민망한 장면이라 19세 미만은 입장 불가다.

차량에 동행한 목장 직원에게서 말 이야기를 듣던 중 주변 숲 속에서 ‘부스럭’ 소리가 난다.
차창 뒤로 돌아보니 늘씬한 노루 한 마리가 빤히 쳐다보고 있다.

목장을 돌다보니 덩치 큰 말 옆에서 노루들이 겁도 없이 터줏대감인 양 여유를 부리고 있다.
동행자는 주변 숲 속에 가족인 듯 2~3마리씩 무리지어 거리낌없이 초지를 드나든다고 전해준다. 넓은 초지에 홀로 남은 말에게는 반가운 손님인 셈이다.

초지 한가운데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까지 곁들여지니 그림엽서 속의 풍경화 같은 서정을 연출해낸다.
“카메라를 대기만 하면 영화의 한 장면이죠.” 안내자의 찬사가 실감나게 다가온다.

목장 주변에는 억새꽃이 이제 막 눈을 뜨고 있다. 2만8000여 평에 이르는 목장 주변은 억새군락이다. 초록 초원에 은빛 물결이 어우러지면 가히 환상적인 목가적 풍광을 빚어낸다.

억새 사이로 복분자나 두릅 같은 약초도 많이 자생한다.
목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동행 직원의 안내로 육성지역 원형마장 뒤쪽 마분장에 섰다.

꿈결 같은 초록 세상이 확 트인다.
목장을 품고 있는 구두리 오름 아래 펼쳐진 초록빛 바다와 하얀 울타리. 그 거대한 정원 안에 청색과 아이보리색으로 치장한 대기마사들.
4색 물감으로 그려진 그 한 폭의 수채화가 발길을 붙들고 놓지 않는다.
안내자의 찬사가 이어진다. “동틀 무렵은 파스텔톤의 분위기로 감동을 주고 옅은 안개가 낀 날은 천국이 따로 없죠.”

그 거대한 천상의 세계에 푹 파묻히고 싶은 충동을 가라앉히며 초가을의 성찬을 가득 안겨준 목장여행을 접었다.
매번 스쳐 지나가버리는 짧은 가을. 그 아쉬움을 덜기 위해 높고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초록 세상으로 가을 마중을 나서 보자.

<제주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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